문병호 호남미래포럼 공동운영위원장 전 중앙일보시사미디어 대표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호남미래포럼'이 출범한지 만 1년이 지났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호남 출신 인사들이 호남의 현안 해결에 힘을 보태는 것부터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실천하자는 것이 취지다. 2013년 11월 발기인 모임을 갖고 연말 정식 출범한 뒤 지난해 7월엔 산업자원부에 사단법인 등록을 마쳤다.

활동의 대전제는 비정치, 비종교성이다. 특정 정치세력이나 이념, 종교적 신념과 무관하다. 애향활동이지만 가치판단의 기준은 지역을 초월한 대한민국의 미래다.

그동안 몇 차례의 정책세미나, 대 정부-국회 정책 건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입장표명, 지역 자치단체와의 공조 행사 등 대외 활동을 펴는 한편으로 내부에서는 매주 운영위원회, 고문단 과 공동대표도 참여하는 확대운영위 등에서의 진지한 현안 토론과 협의 외에 각 분야 전문가 회원들이 주도하는 자체 학습모임 '무등 사랑방' 운영에 비중을 두어 왔다.

올해 그 비중을 더 높이자는데 의견이 모아져 있다. 배경은 회원들의 대다수가 호남 연고임에도 정작 호남을 잘 모른다는 역설 때문이다. 이는 동기의 순수성에도 불구하고 포럼 활동을 원천에서 제약하는 장애일 수 있다. 호남 출신이 호남을 잘 모르는 계면쩍은 상황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스스로부터 달라지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포럼의 취지와 정신에 부합한다는 자성의 의미도 크다.

이와 관련해 1년 남짓한 포럼 활동 과정에서 필자는 호남인들이 대외접촉에서 부딪치게 되는 원천에서의 문제를 새삼 확인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호남인들이 공유했으면 하는 행동 수칙 내지 유의점을 구호로 압축하고 포럼 내부에서부터 전파하는 중이다.

이름 하여 '호남 3계명'이다.

필자가 제안하는 '3계명'의 첫 번째는 "화내지 말자"다. 다른 지역 사람들의 입장에서 호남인을 상대할 때 가장 부담스러운 대목이 호남인들의 내면에 쌓인 울분이다. 오랜 기간 부당한 억압과 차별과 오해의 대상이 되어 온 울분이 너무 크고 깊은 탓에 쉽게 흥분하고 화를 내는 심리상태를 호남인이라면 다 안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각박한 현실에서 호남인들의 울분 토로를 인내심을 갖고 들어주고 동조해줄 여유와 아량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고 결국 호남사람과 호남에 관련된 일들을 회피하는 현상이 일반화된다.

두 번째는 "부러워 말자"다. 세상 일이 꼭 지고 이기고의 게임은 아니지만 부러워한다는 것은 상대의 우위를 인정하고 뒤따르려는 생각이 바탕에 있기에 일단 지고 들어가는 셈이 된다. 무엇보다 이제 호남이 다른 지역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어진 여건 변화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 의미의 제조업은 전 세계적으로 설비과잉에 과당경쟁이 구조화된 이른바 '레드오션'이다. 지난해 빛가람 혁신도시로 옮겨 온 한전, 농어촌공사, 콘텐츠진흥원 등 에너지와 농업, 문화의 3대 미래 산업이 새로운 차원의 제조업, 서비스업의 동력이 되어 호남의 신시대를 이끌 것이란 기대는 막연한 장밋빛 전망이 아니다. 전통제조업의 위기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산업화의 수혜지역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왜 우리는 저렇게 안 해주느냐"고 항변할 필요가 더 이상 없다. 다 과거의 생각이고 기준이다. 호남은 절대인구의 감소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이를 역으로 활용하는 발상을 해야 한다.

그래서 마지막 계명은 "연대하고 기다리자"다. KTX 노선 논란에서처럼 사안에 따라 충북하고도 연대하고 경남하고도 연대하고 경북, 제주와도 연대하고 수도권, 강원, 해외와도 연대하는 유연한 자세로 느긋하게 때를 기다려야 한다. 시간은 우리 편이다. 조급하게 서두를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남는 과제는 소수가 된 호남인이 대한민국의 최우수 집단으로 도약하는 일이다. 전체인구의 2% 남짓한 600만의 유대인이 3억2000만 인구의 미국사회를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사례를 그대로 가져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호남의 입장에서는 좋은 참고 사례다. 다음 세대를 최고의 인재로 키우는 일에 이제부터 호남의 모든 역량을 모아야만 한다.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호남미래포럼 기자  honamf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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