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호남미래포럼 공동대표ㆍ전 보건복지부장관

전남일보 게재글(2015.3.27)

지난 2월말 국내 굴지의 모 인터넷 사이트에 홍어의 모습을 상징하는 붉은 나치 깃발이 등장했다. '광주시청'을 검색하면 이런 내용을 볼 수 있었다. 광주광역시는 이를 삭제 요청하는 한편 게시자를 색출해 고발하기로 하는 등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인터넷상 홍어는 '일베' 회원 등 일부 누리꾼들이 호남지역 비하의 의미로 상징하는 대표적인 용어로 통한다.

호남 출신이나 호남과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 되면 '홍어'라는 딱지가 붙는다. 여기에 "너 알고 보니 홍어였구나. 배신에 능한 홍어였어!"라는 악성 댓글도 따라붙는다. 흉악한 범죄의 범인이 호남출신이면 "그럼 그렇지~ 아! 또 홍어구나."라는 식이다. 호남 비하를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이렇게 MB정부 이후 최근 3-4년간 인터넷상에서는 호남차별 풍조가 되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네티즌들의 호남 비하는 이지메(왕따) 현상 같은 놀이문화화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호남차별 풍조나 악플 달기는 그 진위와 상관없이 일반 네티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등장한 경기도 안산시 모 자동차부품업체 직원채용공고에는 호남출신은 배제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충격에 빠졌고 경악했다. 어디 이 기업 하나만이 호남출신을 꺼리는 기업일까?

우리 사회의 양심과 도덕을 마비시키는,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호남비하는 이제 중단돼야 마땅하다. 그 누구라도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주홍글씨'로 낙인찍히고 결과적으로 차별을 받아서는 절대 안 된다.

그렇다면 호남비하를 일삼는 주도세력들은 왜 호남을 난도질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호남인의 인성 문제야말로 갈등과 분열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호남인의 인성을 '강성' '이념적' '뒷통수' '배신' 등으로 성급히 포장해 버린다.

그들은 또한 영남의 피해의식은 DJ정부 출범 이후 2000년대에 들어와 인터넷 주도권을 갖고 있는 호남세력이 영남지역에 대한 비방을 먼저 전개했기 때문에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경상도를 '개쌍도', 대구경북을 황폐한 심성과 거지근성에 빗대 '고담 대구'라 퍼트린 것에 대해 이를 '되갚아준다'는 명분 아래 호남비하를 서슴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특정지역 비하와 차별을 근원적으로 막을 대안 중에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지역감정을 건드리는 악플에 대해 강력한 방어와 대응이다. 이른바 '사이버 호남명예훼손 대응팀'을 구성하는 것은 어떨까? 이 대응팀을 앞으로 발족할 '광주ㆍ전남발전연구원' 산하에 둔다면 호남 악플을 수시로 작성한 소위 '극악 활동자'들의 성향 등을 정밀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한편 민ㆍ형사상 소송 등 법적조치까지 취할 수 있는 공식적인 기구가 설립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유력 포털이나 인터넷 매체 등을 상대로 게시물 삭제 등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지금 관련 부처에서 검토 중인 악플 게시자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법 제도의 보완이 긴요하다.

지역비하를 막을 또 다른 대안으로는 '화해와 포용'이다. 악의적인 호남비하는 강력히 방어하되 타 지역에 대한 악플을 자제하고 '선플'에 역점을 두는 것이다. 합리적인 비판은 인정해 주고 시정하는 태도를 취하게 되면 '강성' '이념적' '뒷통수' 등의 잘못된 이미지를 개선ㆍ완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상도는 친일ㆍ독재세력이고 광주ㆍ호남은 민주화의 성지라고 비교해 너무 부각하는 것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일임으로 삼가 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호남미래포럼'은 호남비하 극복을 인재 양성과 인재 등용, 낙후된 산업개발과 함께 호남발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과제로 판단하고 있다. 이제 보수건, 진보건, 여권이건, 야권이건 정치세력들은 공히 특정 지역 비하와 지역감정 유발을 권력의 창출과 유지라는 핵심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유혹을 과감히 떨쳐버려야 한다.

호남비하와 차별이라는 근본적 과제를 우리 사회가 힘을 합쳐 극복해 내지 않는 한 국민통합과 균형적인 국가발전은 요원하다.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호남미래포럼 기자  honamf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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