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KTX 호남선 개통을 앞두고 요금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분기 역과 관련한 2005년 가을 당시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옮깁니다. 「새 풀이 헌 풀을 이긴다」(도서출판 한울, 2011년 11월). pp.279-281.

KTX를 타고 광주에서 서울을 자주 오르내리다 보면 과거 태극호, 무궁화호, 새마을호 시절부터 기차를 탔던 때의 기억이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KTX는 아직까지 서울에서 대전까지 부분적으로 개통되었지만 날이 갈수록 승객도 늘어나는 것 같다. 비행기를 이용하면 광주공항의 안개 등으로 인해 결항될 염려가 있지만 KTX를 타면 그런 염려가 없어 약속시간 지키기에도 용이하다. 또한 시간대별로 운행편이 있어 완전 개통이 될 경우에는 광주−서울 사이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

그런데 호남고속철의 노선 확정과 관련하여 오송, 천안, 대전의 세 개 지역 중 분기 역을 어디로 할 것인가를 놓고 2005년 가을 충청 지역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관계 부처인 건설교통부의 주관으로 지역대표자회의가 열리게 되어, 우리 지역에서도 교통전문가 세 명이 위원으로 참석할 계획이었다.

당시 친하게 지내던 충북 행정부지사가 전화를 걸어와 우리 지역의 대표자 명단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한 적이 있다. 충북 입장에서는 분기점을 오송으로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충북은 옛날 우리나라에 처음 철도를 부설할 때 지역민들의 반대로 경부선과 호남선의 분기 역을 청주에서 대전으로 양보하여 지역발전의 기회를 빼앗겼다. 그 쓰라린 기억 때문에 분기 역 유치에 사생결단의 노력을 다했던 것이다.

우리 광주 입장에서 보면 세 곳 중 거리상으로는 천안이 가장 유리했고, 대전은 기존 노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오송을 분기점으로 할 경우에는 광주 입장에서 거리나 시간상 손해이긴 하지만 한 가지 장점이 있었다. 강원 지역과의 교류 증대 등 국토 전체를 기준으로 볼 때 ‘X축’ 모양의 철도망 확충이라는 장점이 있었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분기 역 선정 결과로 인해 운행거리가 늘어나더라도 요금 산정에서 제외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나중에 시간이 지나 결국 거리에 따른 요금제를 택할 경우 분기 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은 영원히 손해를 보게 될 것이었다. 게다가 건교부의 약속이 나중까지 지켜질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들었다.

호남고속철 분기 역 결정을 위한 지역대표자회의에서 우리 지역대표들은 결국 회의 도중에 퇴장했고, 그런 상태에서 오송이 선정되었다. 고속철도 분기 역의 결정은 해당 지역보다 분기 역 결정으로 운행거리나 시간에 영향을 받는 지역주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게 옳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리고 당초 호남고속철도의 정차 역들은 ‘광주송정−익산−서대전−광명−용산’이 기본이었음에도 정치논리가 개입되었는지 점점 정차 역이 늘어났다. 장성, 정읍, 김제, 논산, 계룡, 오송, 천안아산 등 구간 내 정차 역이 증가하면서 운행시간도 덩달아 늘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광주송정−서대전 간의 더딘 운행속도에 짜증이 나는 지역민들의 울화를 더욱 부채질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광주송정−서대전 구간의 소요시간은 당초 광주송정역을 기준으로 2시간 40분 내외였고, 광주역을 기준으로 2시간 50분 내외였다. 최근에는 각각 2시간 55분, 3시간 9분 정도까지 걸리는데도 지역민들이나 지역상공인 단체의 항의 한 번 없는 실정이다.

우리 지역민들은 정말 착한 사람들인가? 아니면 중앙의 횡포에 이제는 무감각해진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간에 정차하는 역이 늘어날수록 시간이 지연되어 광주나 전남 입장에서는 손해인데도 과연 이런 상황이 KTX 요금 산정에 반영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호남미래포럼 기자  honamf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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