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호남미래포럼 공동대표ㆍ전 보건복지부 장관

입력시간 : 2015. 05.15. 00:00

우리 호남은 지금 지역산업 개발, 그리고 인재등용에서 고착화되는 '뒤처짐 현상'과 마주하고 있다. 정치권과 중앙정부에서는 호남이 고립, 비주류, 소수(Minority)로 배척돼 있는 듯하다. 이에 따른 무력감이 호남인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응집력과 단결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나보다는 먼저 나라를 생각하는' 우리 호남인들이 이유 없이 불평하고 분열하는 사람들로 치부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호남미래포럼'이 창립선언문에서 강조했듯이 호남의 문제 해결은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전진이다. 호남의 소외와 차별을 이겨 내고 호남인들이 패배의식에서 벗어나도록 지역주의 극복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사실 지역 연고가 같은 사람들이 친화적인 의식과 관행으로 동질감을 갖고 서로 돕는 이른바 '지역주의'를 무턱대고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나라 지역주의 문제는 특정 지역, 특히 호남 출신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그 핵심이 있다는 게 문제다.

특히 우리 광주ㆍ전남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역주의 극복 노력이 오히려 지역고립의 패배적 지역주의 사례라고 할 만한 일들이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KTX 호남고속철 서대전 경유반대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월 코레일이 4월 개통 호남고속철 오송-송정 광주간 운행의 20% 서대전 경유 방침을 밝히자 호남권 주요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강경한 서대전 경유반대 시위를 벌였다. 요지는 호남의 숙원사업인 호남고속철이 서대전을 경유함에 따라 '저속철'이 되고 말 것이라는 것이었다.

반대로 대전 충남권 단체들은 고객 편의를 앞세운 서대전 경유 찬성 및 증편 요구 대규모 시위를 벌여 호남권과 충남권의 지역주의의 충돌로 점화되는 양상을 띠기도 했다. 정부는 결국 오성 경유 호남고속철은 불과 2-4편 증편하고 서대전 경유 송정ㆍ광주간 호남고속철은 호남권 요구대로 없는 것으로 하고 익산까지만 운행하기로 결정했다.

막상 이렇게 되니 일부 광주ㆍ전남 출신 국회의원과 호남 3개 광역단체장들은 다시 서대전 경유, 고속철을 운행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서는 해프닝이 벌어지게 됐다.

최근 광주ㆍ전남출신 정치인들의 언행도 자칫하면 패배적인 지역주의로 비쳐질 수 있다.

지난 4ㆍ29 재보선 야당 참패는 야권분열과 후보공천 문제로 제기된 예고된 참사다. 올해 2월 한 중앙일간지가 실시한 호남정치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남정치권 주류인 제1야당 새정련이 계파갈등과 무기력으로 향후 집권이 가능하지 않다는 답변을 한 사람이 무려 50.1%에 달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새정련이 호남의 소외와 좌절을 극복할 정치세력으로 서 의문을 갖게 한다고 답했다.

이렇게 된 것은 야권 지도부의 책임이 매우 크겠지만 그동안 제1야당에서 정치권 주류로 활동했던 호남 정치인들도 '네 탓이오'만을 하지 말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호남 민심이 좋지 않다고 해서 '호남 신당설'까지 나오는 것과 관련해 정치인들이 지역주의의 덫에 묶여 호남 고립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지역주의의 뿌리는 지역패권주의와 승자독식의 권력구조이다. 그런데도 '지역주의 망국론'하면 문제 지역으로 호남이 떠오르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지역주의의 덫이 정치권은 물론이고 경제계, 학계, 예술계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어 심히 걱정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호남은 소외된 호남 인재 등용과 낙후된 지역산업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하고 대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호남 정치권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와 주요기관, 시민사회단체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이때 호남인들이 힘을 키우고 응집력을 강화하되 호남 폄하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강경ㆍ분열ㆍ배신으로 비춰지는 행동은 절제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이 호남 밖에서도 자생할 수 있어야 한다. 호남의 기득 정치인들이 자기 지역구 사수에 매달리기 보다는 참신하고 열정 있는 새 인물을 수혈해 호남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적극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자조와 패배와 피해 의식적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균형적 사고로 상생발전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호남의 발전은 타 지역 발전과 연계돼야 하고 호남의 발전이 곧 대한민국의 미래와 번영과 직결돼 있다는 것을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호남미래포럼 기자  honamf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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