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6월1일은 ‘의병의 날’이다. 2010년 5월에 국가기념일이 되었다. 6월1일을 ‘의병의 날’로 한 것은 홍의장군 곽재우가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킨 4월22일(음력)을 양력으로 환산한 것이다.

2011년 제1회 ‘의병의 날’ 행사는 경남 의령군에서 열렸다. 이후 2012년은 경북 청송군, 2013년은 충북 제천시, 2014년에는 강원도 춘천에서 기념식이 열렸다.

2015년에는 전남 장성군에서 제5회 의병의 날 기념식이 개최된다. 장성군은 의병의 고장이다. 임진왜란 때는 장성남문창의를 하였고, 한말에는 기정진의 위정척사 운동, 기우만의 의병투쟁과 기삼연의 호남창의회맹소가 호남의병을 이끌었다.

임진왜란 7년 전쟁을 살펴보자. 전국 7도가 왜군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선조가 압록강 변 의주에 피난해 있을 때, 호남은 온전하였다. 전라좌수사 이순신과 호남의병이 나라를 구할 발판을 만들었다. ‘호남국가지보장 약무호남 시무국가’는 그냥 빈말이 아니었다.

1592년 7월10일 의병장 고경명이 금산에서 순절하자 김경수는 기효간 · 윤진과 함께 장성남문에 의병청을 설치하였다. 11월에는 전라도 중서부 16개 지역 1,651명 의병이 함께 거병하였다. 그리하여 의병장 김제민은 용인까지 북상하였고, 김극후 · 김극순 등은 1593년 6월 말에 진주성 싸움에서 순절하였다. 또한 정유재란이 일어나자 김신남 · 김홍우 등이 안성까지 진출하였다. 장성군 북이면 오산창의사, 호남오산남문창의비는 장성남문의병 유적이다.

한편 장성군은 한말 의병의 중심이다. 1866년에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를 점령하는 병인양요가 일어나자 기정진은 8월16일에 상소하여 위정척사를 주장하였다. 민심을 하나로 모으라고 주청하였다.

1895년 8월에 명성황후가 살해당하고 10월에 단발령이 실시되자 전국의 유생들이 의병을 일으켰다. 제천의 유인석, 문경의 이강년, 선산의 허위들이 그들이다. 장성의 기우만도 의병을 일으켰다. 그는 장성의병과 나주의병을 결집하여 호남대의소를 창설하였다. 1896년 2월말에 기우만은 광주향교에 본영을 설치하여 기세를 올렸으나 나주의병이 관군에 의해 진압되고, 선유사 신기선이 고종의 칙유를 전달하자 4월에 의병을 해산하였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호남지역 의병항쟁의 기폭제를 마련한 인물은 기삼연이었다.

장하도다 기삼연

제비같다 전해산

싸움 잘한다 김죽봉

잘도 죽인다 안담살이

되나 못되나 박포대

이 노래는 호남지역에 널리 불리어졌던 의병가이다. 전해산은 호남창의회맹소의 참모였고, 죽봉 김태원은 선봉이었다. 안담살이는 보성의 머슴 의병장 안규홍, 박포대는 본명이 박경래로 총을 잘 쏘았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1907년 10월에 기삼연은 김익중 · 김용구 · 김태원 등과 함께 호남창의회맹소를 결성하여 호남지역 의병항쟁을 주도하였다.

이들은 영광, 장성, 나주, 담양, 고창, 함평등지를 습격하여 일본 경찰 및 일진회 회원을 죽였다. 그런데 1908년 1월 30일 기삼연 의병은 일본군과의 담양 금성산성 전투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 기삼연도 순창군 복흥면에 숨었으나 2월2일 설날에 잡히고 말았다.

일본군은 2월3일에 재판 절차도 없이 기삼연을 광주천변 백사장에서 총살하였다. 기삼연은 죽기 직전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싸움터에 나가 이기지 못하고 먼저 죽으니,

일찍이 해를 삼킨 꿈은 역시 헛것이었나.

1908-1909년 사이에 호남의병들은 전국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의병투쟁을 하였다. 호남의병은 의병항쟁 최후의 불꽃이었다. 일제 측 자료에 따르면, 1908년 호남의병들은 일본 군경과 교전횟수 및 교전의병수에서 전국 대비 25%와 24.7%를, 1909년에는 47.2%와 60%를 차지하였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다시 한 번 그 역사에 얽매이게 된다.’

이는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기념관 입구에 적힌 글귀이다.

장성군의 ‘의병의 날’ 행사에 참여하자. 그리하여 나라를 구한 의병들의 충혼을 다시금 기리자.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호남미래포럼 기자  honamf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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