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준 

2015-06-02

  * 한국전력이 빛가람혁신도시로 이전되어 광주.전남 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바, 2005년 당시 '한국전력' 유치 과정을 기록한 글을 옮깁니다.  '새 풀이 헌 풀을 이긴다'(도서출판 한울, 2011. 11월) pp.282-284.

지역에 따라 진척도에 차이는 있지만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이 답보 상태에 있는 것 같아 답답한 느낌이 든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 도시화, 분권화 과정을 거치면서 수도권 인구는 계속 증가했다. 2011년 9월 말을 기준으로 할 때 경기도 1,189만 명, 서울 1,028만명, 인천 278만 명 등 수도권이 전체 인구의 49.2%를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그동안 수많은 인구 억제 정책에도 수도권으로의 인구 ‘쏠림’ 현상은 계속 심화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 지방분권정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계획’이 수립되었다. 이 계획에 따라 지역별 혁신도시의 입지가 확정되었음에도 아직 진척이 지지부진하다. 애초 이전계획은 이전대상기관 177개 중 15개 정도씩 지역별로 분산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다 소위 가장 알짜배기 기관인 한국전력을 둘러싸고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자 원칙을 바꾸어가면서 한국전력 1개, 한국전력+유관기관 2~3개 등 숫자놀음 식으로 유치를 제한하는 결정을 하기도 했다.

광주시도 유치 대상 기관을 어느 기관으로 할지에 대해 수차례 회의와 도상연습분석을 거듭했다. 그 결과 한국전력을 유치하는 것이 결국 그 어떤 경우보다 낫다는 내부 결론을 내리고 유치 경쟁에 나섰다. 나는 2005년 5월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교통부 주최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방안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당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목적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불균형 시정이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균형발전 차원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방청석에 있던 어느 공공기관의 노조 대표가 지방이전에 대한 반대 발언을 하자 토론자로 참석했던 경북대학교 이재하 교수가 “여기 모인 사람 중에서 서울 출신 있으면 손들어 보십시오”라고 일갈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교수와 나는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몇 차례 전화 통화로 사전 교감을 나누었다. 그는 대구 ․ 경북지역혁신협의회에서 균형발전 업무를 맡고 있던 터라 대구 ․ 경북 지역이 한국전력을 유치하려는 신청 의사를 바꾸었다는 정보를 알려주기도 했다.

이전 기관 선정 마지막 단계에서 지역별 의견 수렴을 위한 시 ․ 도 행정부시장 ․ 부지사회의도 열렸다. 저녁식사 자리에 당시 이강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여론 수렴차 참석했고, 지역별로 발언을 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우리 광주는 이번 정부에서 믿거나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소위 노풍(盧風)을 불게 해서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지역의 입장에서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하여 노무현 대통령만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마지막에는 울산시가 한국전력 유치를 신청하여 우리와 최종 경합 대상이 되었다.

결국 광주시청과 시민, 언론기관, 유관 단체 등의 노력으로 광주가 한국전력을 유치하기로 확정되었다. 그렇게 합심해서 유치를 했는데 지금의 상황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서울 삼성동에 있는 한국전력 본사 사옥을 매각해 광주 지역에 투자해야 하는데도 지난 정부부터 매각을 미루는 등 추진이 지지부진한 것이다.

최근에야 광주 ․ 전남 공동혁신도시에서 한국전력 신청사 기공식을 가졌다는 뉴스를 들었다. 그러나 당초의 원칙에 맞게 본사와 관련 부서들이 모두 이곳으로 옮겨와야 하는데 소위 서울사무소라는 형태로 잔류해버린다면 ‘도로아미타불’이라는 소리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9] 한국전력을 광주로 유치하기 위해 2005년에 토론자로 참석했던 건설교통부 주관 토론회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호남미래포럼 기자  honamf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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