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준

* 공공기관이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로 이전되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바, 당시 공동 혁신도시 결정과정을 기록한 글을 옮깁니다. 「새 풀이 헌 풀을 이긴다」(도서출판 한울, 2011년 11월). pp.285-287.

한국전력 등을 광주로 유치하게 되자 가장 시급한 문제가 혁신도시 부지의 확정이었다. 원래는 광주광역시의 경계 안에 독자적인 지구를 지정하여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것이 순리였다. 그러나 박광태 광주시장은 박준영 전라남도지사와 함께 ‘광주 ․ 전남 공동혁신도시’ 구상을 발표했다.

광주 ․ 전남의 공동발전이라는 큰 그림과, 광주를 중심으로 한 ‘메트로폴리탄’ 건설에 대해 두 지역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했던 것이다. 이 발표로 광주와 전남은 전국에 ‘상생’의 모범을 보이게 되었다. 다른 시 ․ 도가이전 대상 기관을 지역 내에 분산 배치하는 문제로 골치를 앓은 사실에 비춰볼 때 광주 ․ 전남 공동혁신도시는 대승적 결단이 아니었나 싶다.

이후 공동혁신도시 입지 선정을 위해 전라남도와 협의에 들어갔는데 아무래도 전남 지역으로 양보한 광주시의 발언권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장성, 담양, 화순, 나주 등 주로 광주와 인접한 지역들이 검토 대상에 포함되었다. 당시 얼마나 관심이 뜨거웠던지, 결론을 내리기도 전에 가짜 사전 계획도가 장성 등의 부동산중개업소에 돌아다니고 거론되는 지역의 땅값이 들썩거린다는 소문이 들릴 정도였다.

공동혁신도시의 기본 정신은 광주와 전남의 상생발전에 있기 때문에 사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입지 선정의 결론이 이미 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광주보다 북쪽 지역이면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혜택의 상당 부분이 전라북도로 가게 될 것이었다. 하다못해 자동차로 서울에 가거나 돌아올 경우 식사라도 전북이나 충남에서 하게 된다는 추론이 가능했다.

이렇다 보니 광주 이남의 나주가 처음부터 유력지로 검토되었으나 다른 지역의 반발 등을 고려해 섣불리 발표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전문가의 면밀한 검토와 관계 기관 회의도 필요한 실정이었다. 그런데 당시 나주시장은 광주 지역 합동청사의 나주 유치까지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시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행정자치부 장관이 나주를 방문했을 때 “농업 관련 기관의 청사들을 나주 지역 합동청사로 배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했는데, 이를 기회로 광주 지역에 위치한 거의 모든 특별행정기관의 합동청사까지 옮기는 것으로 비약한 느낌이 들었다.

장관이 두 명이나 바뀔 때까지 광주 지역 합동청사 건립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나주시장이 행정자치부를 시위 방문하자 당시 정부청사관리소장이 전화를 걸어 “제발 조용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형편이었다. 내가행정자치부의 의사를 확인한 후 나주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합동청사 문제로 시끄럽게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더니, 그러면 이를 포기할 테니 혁신도시의 나주 유치를 확약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박광태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기에 “소탐대실하지 말고 기다려달라”고 설득한 기억이 난다.

현지실사와 항공답사, 그리고 전문가회의 검토까지 마친 결과 노안면과 금천면 일대가 각각 유력지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노안면의 경우 광주 ․ 전남발전연구원에서 금성산 등의 절개 문제를 제기했다. 전라남도와 협의한 끝에 결국 ‘금천면과 산포면 일원’을 입지로 최종 결정했다.

나주시 측에서는 봉황면 쪽으로의 확대를 주장했으나 이 경우 광주시민들의 반발이 중요한 문제였다. 지나치게 나주만을 위한 결정이라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현재 공동혁신도시 건설공정이 많이 지연되고 있어 아쉽다. 당초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광주시의 광산구 평동공단, 남구대촌 지역, 서구 서창 지역과 더불어 광주 ․ 전남에 광역경제권이 형성됨으로써 각종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호남미래포럼 기자  honamf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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