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가(湖南歌)〉는 "함평 천지 늙은 몸이······"로 시작되는 판소리 단가이다. 〈호남가〉라는 작품명은 호남 지역 내 50여 곳을 두루 유람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사설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다.
〈호남가〉는 중모리장단으로 되어 있다. 이 단가에서는 광주(光州)·나주(羅州)·해남(海南)·보성(寶城)·흥양(興陽)·고산(高山)·영암(靈岩)·태인(泰仁)·고창(高敞)·순천(順天)·진안(鎭安)·운봉(雲峰)·익산(益山)·담양(潭陽)·만경(萬頃)·용담(龍潭)·용안(龍安)·능주(綾州)·금산(錦山)·남원(南原)·임실(任實)·옥과(玉果)·화순(和順)·무장(茂長)·함열(咸悅)·무주(茂朱)·영광(靈光)·창평(昌平)·무안(務安)·낙안(樂安)·동복(同福)·강진(康津)·진도(珍島)·금구(金溝)·김제(金提)·임피(臨陂)·정읍(井邑)·순창(淳昌)·광양(光陽)·곡성(谷城)·구례(求禮)·흥덕(興德)·부안(扶安)·법성(法聖)·전주(全州)·장성(長城)·장수(長水)·여산(礪山)·남원(南原) 등 50여개 마을 곳곳의 풍경이나 사적(史蹟)을 문장으로 엮어 노래한다.
그러나 화자가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실제로 체험한 풍경을 요약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언어유희를 활용해 여러 지명을 늘어놓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상상적·허구적인 공간 이동에 따른 사설 구성에 해당한다.
〈호남가〉에는 단가 계열과 가사 계열이 존재한다. 단가 계열의 〈호남가〉는 서술자가 제주도로부터 호남지방으로 건너와 각 고을을 편답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가사 계열은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내용으로 지명을 풀이하면서, 호남의 각 고을을 편답하고 제주도로 건너가 한라산 등을 둘러본 후 격양가풍으로 끝을 맺는다.
신재효(申在孝, 1812-1884)의 사설집에도 그 가사가 남아 있으며, 현재까지도 널리 성창되고 있다. 이서구(李書九)가 지었다는 설이 있으나 확실한 근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임방울(林芳蔚, 1904-1961) 등이 〈호남가〉를 잘 불렀다. 이중선(李中仙, 1903-1935), 임방울, 하농주(河弄珠), 주난향(朱蘭香) 등의 유성기 음반 음원이 전한다.(한국전통연희사전)
호남가 [湖南歌]
함평천지(咸平天地) 늙은몸이, 광주(光州) 고향(故鄕)을 보랴하고
제주(濟州) 어선(漁船) 빌려타고, 해남(海南)으로 건너갈 때
흥양(興陽)에 돋은 해는, 보성(寶城)에 비쳐있고
고산(高山)에 아침안개, 영암(靈岩)에 둘러있다
태인(泰仁)하신 우리 성군(聖君), 예악(禮樂)을 장흥(長興)하니
삼태육경(三太六經)은, 순천심(順天心)이요
방백수령(方伯守令)은, 진안민(鎭安民)이라
고창성(高敞城) 높이 앉아, 나주풍경(羅州風景)을 바라보니
만장운봉(萬長雲峯)은, 층층(層層)한 익산(益山)이요
백리담양(百里潭陽) 흐르는 물은, 굽이굽이 만경(萬頃)이라
용담(龍潭)에 맑은 물은, 이 아니 용안처(龍眼處)인가
능주(能州)에 붉은 꽃은, 가지가지 금산(金山)이요
남원(南原)에 봄이 들어, 각색(各色) 화초(花草) 무장(茂長)하니
나무나무 임실(任實)이요, 가지가지 옥과(玉果)로다
풍속(風俗)은 화순(和順)하고, 인심(人心)은 함열(咸悅)이라
이초(異草)는 무주(茂州)하고, 서일(瑞日)은 영광(靈光)이라
창평(昌平)한 좋은 세상, 무안(務安)을 일삼으니
사농공상(士農工商) 낙안(樂安)이요, 부자형제(父子兄弟) 동복(同腹)이라
강진(康津)에 상고선(商高船)은, 진도(珍島)로 건너갈 때
금구(金溝)에 금(金)을 일어, 쌓아 놓으니 김제(金提)로다
농사(農事)하는 옥구백성(沃溝百姓), 임피성(臨陂城)을 둘러있다 …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자 ^*
정읍(井邑)에 천백법(千百法)은, 납세인심(納稅人心) 순창(淳昌)하고
고부(古阜) 청춘(靑春) 양유색(陽柳色)은, 광양(光陽) 춘풍(春風) 새로와라
곡성(谷城)에 묻힌 선배(先輩) 구례(求禮)도 하거니와, 흥덕(興德)하기 힘을 쓰니
부안(扶安) 국가(國家) 이 아닌가
우리 호남(湖南)의 구(九)든 법(法)이, 전주(全州) 백성(百姓) 건지려고
장성(長城)을 널리 쌓고, 장수(長水)로 둘렀는데
여산석(麗山石)에 칼을 갈아, 남평루(南平樓)에 꽂아 놓으니
어떠한 방외지국(方外之國)이, 경거(輕擧)하게 뜻을 두랴.
호남가 / 함평천지 [임방울] ~단가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호남미래포럼 기자 honamf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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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단신 제1157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