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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학과 절의의 선비, 죽천 박광전 (3)호남인물 순례 3

- 책문, 정벌이냐 화친이냐?

죽천 박광전은 1568년에 증광회시에 응시하여 진사 2등으로 합격했다.
증광회시는 나라의 특별한 경사를 기념하기 위하여 치르는 복시(覆試)인데, 시험과목은 초장은 경학(經學), 중장은 시부(詩賦), 종장은 책문이었다.
죽천은 중장에서 용철고비부(勇撤皐比賦)를 지었다. 용철고비부는 용기 있게 스승의 자리를 걷어버린 북송의 유학자 장재를 칭송하는 부이다.
이어서 박광전은 책문(策問) 시험을 치른다. 책문은 논술과 경륜을 알아보는 시험이었다. 즉위한 지 1년도 채 안된 16세의 젊은 임금 선조는 “정벌이냐 화친이냐?”를 시험문제로 내었다.

1568년은 1392년에 건국한 조선이 176년 통치한 때였다. 이 시기는 남쪽에는 왜구가 출몰하고 북쪽에는 오랑캐가 변경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먼저 책문(策問)의 요지부터 알아보자.

임금이 외적을 대하는 방법은 정벌 아니면 화친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옛날의 역사를 살펴보면 같은 정벌이라도 흥하고 망한 차이가 있고, 같은 화친이라도 다스려지고 어지러워진 차이가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대개 정벌을 주장하는 사람은 화친하는 것을 나라의 모욕이라 여기고, 화친을 주장하는 사람은 정벌하는 것을 분쟁의 단서라고 여긴다. 어떻게 해야 올바른 도리로 외적에 대해, 나라가 욕을 당하거나 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겠는가?

죽천은 ‘대책’을 이렇게 시작한다.

저는 오래전에 ‘오랑캐를 막는다.’는 시를 보고 죄가 있는 사람은 마땅히 토벌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오랑캐도 따르고 복종한다.’는 글을 보고, 외적을 막는 데도 도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 역시 오랜 전부터 외적을 근심해왔습니다.

이어서 죽천은 정벌의 원칙은 힘을 헤아리는 데(量力)있고, 화친의 원칙은 형세를 살피는 데(審勢) 있다고 전제한다.

정벌의 원칙은 힘을 헤아리는 데 있고 화친하는 요체는 형세를 살피는 데 있습니다. 왕의 위엄을 떨칠 만큼 힘이 세면, 위엄으로 제압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집니다. 그러면 적들이 감히 우리에게 맞서겠습니까? 왕의 신의를 펼칠 만큼 형세가 좋으면, 스스로 우리에게 듣기 좋은 소리를 보낼 것입니다. 그러면 적들이 저절로 우리의 말에 위로를 받을 것입니다.

무력으로 나라가 융성해졌다는 것은 힘을 헤아리는 원칙을 터득한 것입니다. 화친으로 나라가 안정되었다는 것은 형세를 살피는 요령을 터득한 것입니다.

아울러 죽천은 조선의 경우를 이야기한다. 그는 북쪽 오랑캐를 염려하면서 그 대책을 제시한다.

마땅히 두만강을 경계로 장성을 쌓아 요새를 방어하고, 보루를 세워 성과 못을 보수하며, 창과 방패를 수리하고 병사들을 훈련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적이 쳐들어오면 들판을 깨끗이 비우고 기다리며, 적이 물러가면 쉬게 했던 군졸로 지키게 하고, 다시 둔전법을 제정해 국가의 재원을 충당하는 데 삼아야 합니다.

끝으로 죽천은 문화의 덕을 펴고, 좋은 장수를 얻는 것이 급선무라고 역설한다.

또 안으로 문화의 덕을 널리 펴서, 교화의 덕이 멀리까지 미치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들도 문명국의 문화의 위력에 감화되어 귀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마음속에 간절하게 품고 있던 생각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나라의 일 가운데 아주 큰일은 전쟁과 관련된 일이고, 병사를 운용해야 할 큰 임무는 장수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병무에 언제나 장수를 얻는 일이 가장 우선입니다.

국방에 있어서 장수의 중요성을 언급한 박광전의 혜안은 정말 뛰어나다. 그 사례가 이순신 장군이다. 이순신의 치밀한 준비와 리더십으로 조선 수군은 일본 수군을 무찌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순신이 옥에 갇히고 원균이 장수가 되자 조선수군은 1597년 7월16일 칠천량 해전에서 한 번에 몰살하였다.
 

책문 책표지

죽천의 대책은 오늘날에도 곱씹을 만하다. 요즘 경제와 안보가 요동치고 있다. 일본과의 경제전쟁, 미중 무역 분쟁, 북한의 미사일 발사, 러시아의 영공침범 등. 이런 상황에서 이길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인가? 힘인가, 형세인가? 이순신 같은 장수, 서희 같은 외교관은 있는가?

김세곤  segon53 @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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