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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牧民心書)의 탄생
다산 초당

강진군을 갔다. 사의재(四宜齋)와 다산초당을 찾았다. 1801년 11월 하순에 정약용(1762-1836)은 강진으로 유배 왔다. 그런데 그에게 거처를 제공할 사람이 없었다. 너무나 고맙게도 읍내 동문 밖 주막집 노파가 토담집 방 한 칸을 내주었다.

1802년 봄부터 정약용은 아전의 아들인 황상 등 4명을 토담 방에서 가르쳤다. 이 방이 바로 ‘사의재’이다.

1803년 가을에 정약용은 남자의 성기가 잘림을 슬퍼하는 ‘애절양(哀絶陽)’ 시를 지었다. 시아버지는 죽어서 상복 벗은 지 오래고, 갓난아이는 낳은 지 사흘 밖에 안 되었는데 관아는 군포세를 매겼다. 소위 백골징포와 황구첨정으로 군정(軍丁) 문란의 전형이었다. 아전은 세금으로 소를 빼앗아 갔다. 이런 일을 당한 농민은 자기 양경을 자르면서 “이 물건 때문에 내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절규하였다. 그 아내가 잘린 양경을 가지고 관청에 호소했으나 문지기가 막아 버렸다.

정약용은 흑산도에서 유배중인 형 정약전(1758-1816)에게 보낸 편지에서 “조선은 썩은 지가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있는 게 지금보다 더 심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적었다.

1808년 봄에 정약용은 다산초당으로 옮겼다. 1809년과 1810년 두 해 동안 전라도 지역에 흉년이 들었다. 백성들은 굶주리고 큰 소요가 일어났다. 유랑민이 길을 메웠고 버려진 아이들이 길거리에 즐비하였다.

이런데도 탐관오리들은 사태를 수습할 생각은 전혀 안하고 탐학만 일삼았다. 유배중인 다산은 어찌할 수 없었다. 오직 할 수 있는 것은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을 분개하는 글쓰기였다. 그는 채호(釆蒿), 유아(有兒) 같은 시 6편을 짓고, 흉년인데도 탐학만 일삼는 아전을 고발하는 <용산리> · <파지리> · <해남리> 3리(三吏) 시를 지었다.

매천 황현이 쓴 <매천야록>에는 조선의 3가지 폐단은 ‘충청도 양반, 평안도 기생, 전라도 아전’이라고 했는데, 그 만큼 전라도 아전은 탐학의 대명사였다.

1810년 여름에 다산은 ‘파리를 조문하는 글(弔蠅文 조승문)’을 지었다.

그는 마을과 산과 골짜기에 득실거리는 파리들을 굶주려 죽은 자의 변신으로 보았다. 골짜기에 널려 있는 백성들의 시체가 썩고 날씨가 더워지자 구더기가 생기고, 그 구더기가 파리로 변한 것이다.

정약용은 천재지변보다 인재(人災)가 더 무섭고, 탐관오리의 학정(虐政)이 재난보다 더 가혹하다고 하였다.

강진 유배 중에 다산은 개혁 정책을 구상하였다. 그래서 쓴 책이 ‘방례초본’이다. 다산은 1808년부터 1817년까지 10년 동안 이 책을 썼다. 여기에는 중앙의 관제, 세제, 각종 행정기구 등 일체의 제도와 법규에 대하여 개혁의 대강을 제시한 후 기존제도의 모순, 실제의 사례, 개혁의 필요성 등을 논리적이고 실증적으로 설명하였다.

그런데 이 책을 거의 마무리 할 무렵에 갑자기 회의(懷疑)가 왔다. “이 책을 누가 볼 것인가. 누가 경세를 펼칠 것인가? 정권을 잡고 있는 노론이 이 책을 보고 개혁을 할까?” 극도의 회의 속에 다산은 책 이름을 ‘경세유표(經世遺表)’ 즉 ‘세상 경영을 유언으로 올리는 건의서’로 바꾸고 글쓰기를 중단했다.

그 대신 다산은 “차라리 한 사람의 선량한 목민관이 자기 고을을 조금이라도 잘 다스린다면 백성들의 시름이 덜어질 수 있을 것이다. 목민관의 도리를 깨우치게 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에서 <목민심서(牧民心書)>를 썼다. 책은 1818년 봄에 다산초당에서 완성되었다.

1821년에 다산은 <목민심서>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오늘 날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두어들이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기를 줄은 모른다. 백성들은 여위고 시달리고, 시들고 병들어 쓰러져 진구렁을 메우는데, 그들을 기른다는 자들은 화려한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기만을 살찌우고 있다.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

“심서(心書)’라 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백성 다스릴 마음은 있으나 몸소 실행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 한 것이다.”

김세곤  segon53 @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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