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갑수 전 장관

입력시간 : 2015. 07.08. 00:00

 

 

한갑수

 

1934년생

 

한국 산업경제연구원 회장

 

호남미래포럼 이사장

 

제10대 국회의원

 

환경처, 경제기획원 차관

 

농림부 장관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장

 

광주비엔날레 초대 이사장

 

21세기 에너지연구회 회장

 

 

 

"편협에서 벗어나 개방적이고 진취적으로 변해야"

 

호남이 나라의 버팀목이었고

 

오랫동안 기여해 온 것은 사실이다

 

희생과 고통도 적지않았다

 

그러나 과거의 희생은 놔두고

 

발전과 진보를 위한

 

생각의 변화가 이어져야 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탈피해

 

더불어 상생하는 방향의 전환이 있어야지

 

속좁은 생각에 갇혀있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호남 사람들의 내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 변화의 출발은 폐쇄적이고 편협함에서 벗어나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전환해야 함을 의미한다”

 

한갑수 한국산업경제연구원 회장. 그는 한국산업경제연구원(I.R.I)을 40여년 가까이 운영하면서 우리의 산업경제와 관련한 전망이나 조언을 해오고 있다. 전남 출신으로는 최초로 경제기획원 차관을 역임(1992년)했던 그는 특히 호남에 대한 강한 비판적 충고를 아끼지않는다. 고향사랑은 막연한 칭찬이 아니라 냉철한 현실적 진단을 토대로 ‘호남이 왜, 변화해야 하는가’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국회의원(제 10대)을 비롯해 장·차관(농림부 장관, 환경처 차관), 경제 관련 연구위원이나 대책위원장 등 주요 공직을 섭렵했다. 그러한 경험을 살려 ‘호남미래포럼’을 창립하고 이사장을 맡아 호남 발전을 위한 마중물 책임자로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에게 호남의 현 실정과 그 변화의 필요성 및 나아가야할 방향과 목표점 등을 묻기위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국산업경제연구원을 찾았다.

 

 

 

-국제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과 경제기획원 차관 등을 역임하는 등 경제관련 분야에서 적지않은 역할을 하셨습니다.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과 관련해서 견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경제가 일본을 뒤따라가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높다. 나 개인 뿐 아니라 여러 경제관련 전문가들도 그런 견해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일본이 지난 20세기말부터 21세기초까지 약 20년 동안 겪었던 경제 불황을 말한다. 근거가 몇가지 된다. 1%대의 물가상승, 수출 절대액의 감소, 10%대의 실업률, 잠재 성장률을 하회하는 경제성장률 등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아베 정권들어 과감한 양적확대 정책으로 유효수요를 창출하고 엔저 유지 정책 등으로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는 등 어느 정도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도 특단의 경제적 대책을 세워 시행해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호남지역의 경제상황은 특히 수도권이나 경상지역 등과 비교할 때 항상 열위(劣位)의 입장에 있습니다. 역대 정권의 차별적인 경제정책 탓이 크다고 봅니다.

 

“호남지역의 경제상황이 열악한 이유는 산업의 외형적 구조나 질적 수준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구 분포의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하겠다. 영남과 비교했을 때 호남의 인구는 1960년 600만명에서 2010년에 100만명이 줄어 500만명이었다. 같은 기간 영남의 인구는 800만명에서 1200만명으로 400만명이 늘었다. 지난해(2014년)부터는 충청지역(527만명)보다 인구가 적은 상황(525만명)으로 전락했다. 예전엔 그래도 충청보다 앞섰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영·호남’이 아니라 영·충·호남‘으로 불리게 됐다.”

 

한 회장은 호남이 영남에 비해 열악해진 이유로 그 시발을 삼국통일 시기로부터 유래한다고 진단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견훤의 후백제 근거지였던 호남이 격렬한 저항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논리는 고려왕조들어 태조 왕건이 ‘훈요십조’를 남길만큼 중앙 정부에 대해 저항적 성격이 짙은 지역으로 남게했다는 분석이다. 한 회장은 1945년 해방 이후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하에서 형성된 지정학적 여건이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본격화된 1960년 대 이후 개발독재 시대의 차별적 경제상황도 호남의 경제발전에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호남은 특히 산업구조가 1차 산업 위주로 짜여있는 터여서 2차, 3차 산업 그 이상의 구조변화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호남은 원래 농도(農都)라 부를만큼 농업이 주인 1차 산업구조 체제였다. 왕조시대에는 전 국토를 책임지는 미곡 생산기지였지만 일제강점기 때는 수탈의 현장이기도 했다. 2차, 3차 산업으로의 구조적 변화가 더디게 한 이유의 하나였다. 해방 이후의 지정학적 여건은 그러한 산업구조를 더욱 심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중국 대륙의 공산화에다 우리 정부가 표방한 반공주의, 미국과의 관계에 따라 서부축과 동부축 개발 양상이 달라졌다. 중국, 소련과의 교류가 완전 차단되고 태평양을 통한 일본·미국과 교류·협력이 확대되면서 부산, 울산, 마산을 중심으로 하는 서부 영남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개발 축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한회장은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장을 역임(2002년~2003년)한 바 있다. FTA(국가간 자유무역협정), UR(우루과이 라운드·다자간 무역협상) 등으로 우리 농어업과 농어촌이 세계 시장에 개방돼나가는 시점에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할 것인지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호남지역 농어업 상황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바탕으로 한 구조개선을 염두에 두고 전 세계를 상대로 농어업의 질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호남이 굴뚝 산업이 아닌 청정산업 지역으로서 가지고 있는 잇점도 살리고 농어업도 규모화와 질적으로 변화가 전제된 방향의 모색이었다.

 

 

 

-호남은 예로부터 국가가 어려울 때나 정치체제가 흔들릴 때마다 앞장서서 희생을 해왔으면서도 그 댓가는 차별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호남이 이 나라의 가치와 이념을 향한 버팀목이었고 그 실현에 오랫동안 기여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에 따른 희생과 고통도 적지않았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에 사로잡혀 있어서는 안된다. 과거의 희생은 그것대로 놔두고 발전과 진보를 위한 생각의 변화가 이어져야 한다. 그럴려면 내부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탈피해 더불어 상생하는 방향의 전환이 있어야지 언제까지나 속좁은 생각에 갇혀있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호남미래포럼’을 창립해 활동에 나선 것이 지역의 낙후성과 차별을 극복,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호남미래포럼’창립은 어떤 의미입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지역이 과거의 생각에서 깨어나고 발전하려면 누군가가 그와 관련된 지속적인 자문과 함께 방향을 잡아주는 유도가 필요하다. ‘꿈인지를 알려면 그 꿈에서 깨어나야하고 물의 흐름을 알려면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말이 있지않은가."

 

호남미래포럼은 2013년 12월 발족됐다. 창립총회 당시 광주와 전남지역 출신 가운데 사회 각 분야에서 대표성을 갖는 303명이 그 취지에 공감하고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 손수익 전 교통부장관, 김승규 전 국정원장, 김양균 전 헌법재판관, 김성훈 전 경실련 대표, 신승남 전 검찰총장, 허신행 전 환경부장관 등이 그들이었다.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출범한 만큼 정치적 성향을 띄지 않도록 현역 정치인들은 배제했다.

 

 

 

- ‘호남미래포럼’의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목표와 활동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당연하다. 포럼 발족 당시 창립준비위원장이었던 김승규 전 국정원장은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인해 지역발전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호남사람들이 갖는 소외와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호남이 예로부터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보여주었던 숭고한 전통을 살리고 고향 사랑의 마음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균형발전은 필요하다. 호남미래포럼은 국가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균형을 추구하는 정책을 개발하도록 조언하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그 활동 목적을 두고있다."

 

 

 

-창립 이후 포럼과 세미나, 명사 강연 등 여러 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그동안 진행됐던 여러 행사 중 의미있는 행사 몇가지를 말씀해주신다면.

 

"여러 행사를 가져왔다. 지난해 민선 6기 출범 이후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낙연 전남지사를 비롯한 호남출신 각계 주요인사들이 호남발전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것도 그 일환이다. ‘호남발전을 위한 서울과 지방 협력-상생방안’간담회 등 주요 세미나를 개최해 호남발전을 고민하고 그 방안을 제시해오고 있다."

 

 

 

-호남 지역 스스로도 폐쇄적이고 한정적인 틀에서 벗어나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를 갖춰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김성호 호남미래포럼 공동대표(전 보건복지부장관)가 한 일간지 기고를 통해 강조한 바 있다. 호남은 지역산업 개발, 그리고 인재등용에서 고착화되는 '뒤처짐 현상'과 마주하고 있다고 공감하는 바다. 호남이 고립, 비주류, 소수(Minority)로 배척되가는 느낌과 이에 따른 무력감이 호남인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응집력과 단결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호남출신 인재 등용과 낙후된 지역산업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중앙 정부에 대해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호남인 스스로 힘을 키우고 응집력을 강화하되 강경·분열·배신으로 호남 폄하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행동을 절제해야 한다."

 

 

 

-광주비엔날레 초대 이사장을 역임하신 적이 있습니다. 광주비엔날레는 문향(文鄕), 예향(藝鄕)을 상징하는 대규모 국제문화예술행사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소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 박광태 의원(산업자원위원회 위원)등이 추천해 얼떨결에 이사장을 맡게됐다. 일단 일을 하면서 아시아권 최고의 문화축제로 자리잡게하고 싶었다. 예향에 걸맞게 문화적 취향을 한 차원 높게 끌어 올리는데 역점을 두었다. 정부 예산 지원은 물론 기업과 민간의 후원 및 출연을 독려하는데 특히 힘을 기울였다. 초대 대회 때의 어려움을 딛고 광주비엔날레가 이제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회로 우뚝 섰다니 고맙고 감개가 무량하다."

 

대담=김영태논설실장 사진=오세옥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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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호남미래포럼 기자  honamf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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