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1년(현종 12년) 1월11일에 경기도 부평 사람들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갑자기 돌풍을 만나 남녀 50여 명이 빠져 죽었다. 현종은 구휼을 하도록 명하였다.

같은 날 (1월 11일) 전라감사 오시수(1632∼1681)가 기근의 참상을 보고하였다. 오시수는 화순 동복 오씨로 숙종 때 우의정까지 올랐다.

"기근의 참혹이 올해보다 더 심한 때가 없었고 남방의 추위도 올 겨울보다 더 심한 때가 없었습니다. 굶주림과 추위가 몸에 절박하므로 서로 모여 도둑질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집에 조금이라도 양식이 있는 자는 곧 겁탈의 우환을 당하고 몸에 베옷 한 벌이라도 걸친 자도 또한 강도의 화를 당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무덤을 파서 관을 뻐개고 고장(藁葬)을 파내어 염의(斂衣 시신에 입힌 옷)를 훔치기도 합니다. 빌어먹는 무리들은 다 짚을 엮어 배와 등을 가리고 있으니 실오라기 같은 목숨은 남아 있지만 이미 귀신의 형상이 되어 버렸는데, 여기저기 다 그러하므로 참혹하여 차마 볼 수 없습니다.

감영(監營)에 가까운 고을에서 얼어 죽은 수가 무려 1백 90명이나 되고, 갓난아이를 도랑에 버리고 강물에 던지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죄가 있는 자는 흉년이라 하여 용서해 주지 않는데 한 번 옥에 들어가면 죄가 크건 작건 잇따라 얼어 죽고 있어서 그 수를 셀 수 없고, 돌림병이 또 치열하여 죽은 자가 이미 6백 70여 인이나 되었습니다."
(현종실록, 현종개수실록 1671년 1월 11일)

정말 참혹하다. 전라감사 오시수의 치계(馳啓)는 한 편의 단편소설 같다. 기근의 참상이 이보다 더 리얼할까? 한 편의 소설이나 드라마 같다. 1월14일에 개성유수 이정영이 진휼에 필요한 물자를 청하니, 조정이 강도(江都)의 쌀 1천 5백 석을 떼어서 지급하였다.
1월15일에는 전라도에서 12월 29일 이후로 굶주린 백성으로 얼어 죽은 자(凍死者)가 2백 50여 명이었다. 또한 경기도에서 12월 보름 이후로 돌림병으로 죽은 자가 1백 70여 인이고, 죽은 소가 30여 마리였다. (현종실록 1671년 1월 16일)

1월15일에 현종은 숭문당에 나가 대신과 비변사의 재신들을 인견하였다.
좌의정 허적이 아뢰었다.

"전라감사가 보고한 진구절목(賑救節目)의 조목이 매우 상세하였는데, 호구(戶口 호적)가 없는 기민(飢民)에 대한 한 가지 일에 대해서는 상께서 의정부로 하여금 품의하여 처리하게 하였습니다. 여러사람들의 의논이, 이런 무리들에게는 진구하여 먹여주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만, 당초에 호적에서 빠진 것은 비록 미워할 만한 일이나,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죽을 나눠주는 곳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차마 못 할 일입니다." 이러자 현종이 명령하였다.

"수만 명의 굶어 죽으려는 백성들에게 죽을 나누어 먹일 때에 호적이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호적 여부를 떠나 모든 백성에게 죽을 나누어 먹이도록 하라."
(현종개수실록 1671년 1월 15일)

1월16일에 현종은 서울에서 선혜청, 한성부, 훈련원 등 세 곳에 죽을 나눠 먹이는 장소를 설치하여 굶주린 백성들을 구휼하도록 명하였다. 첫날에 죽을 먹으러 온 자가 6천여 명이었고 다음 날에는 1만 명을 훨씬 넘었는데, 조정은 죽을 계속 끓여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사족(士族, 양반)의 부녀자로서 죽을 나눠주는 곳에 나오기 어려운 자와 기존에 죽을 먹고 지내던 자 가운데 고향에 돌아가서 농사짓기를 원하는 자에게는 모두 마른 양식을 지급하였다. 하지만 빌어먹는 걸인들이 이미 귀신 형상이 되어 길에서 엎어져 죽어갔으니 정말 참담하였다.

김세곤  segon53 @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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